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눈 건강, 특히 망막 질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진료실에서 망막 환자분들을 마주하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 중 하나는, 초기 증상을 단순한 노안으로 가볍게 여기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 황반변성 환자분들을 볼 때다.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는 황반변성의 원인부터 생활 속 관리법까지 살펴보자.

우리 눈의 안쪽에는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얇고 예민한 신경 조직인 ‘망막’이 있다. 이 망막의 중심부를 ‘황반’이라고 부른다.

황반은 시세포가 밀집돼 있어 물체의 형태를 구별하고 색을 인식하는 등 우리 시력의 약 90% 이상을 담당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위다.

황반변성은 노화나 유전,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이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기능이 떨어지고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50대 이상에서 주로 발생한다. 전체 황반변성의 90% 정도를 차지하는 ‘나이관련황반변성’이 가장 대표적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황반변성 환자는 최근 5년 새 약 40% 이상 증가했다. 2010년대 초반 10만 명 남짓이던 환자 수는 어느덧 40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당뇨망막병증, 녹내장과 함께 국내 3대 실명 질환이자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증가 등으로 인해 비교적 젊은 40~50대 환자의 비율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노년층만의 전유물이 아닌 전 연령대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질환이 됐다.

황반변성의 가장 큰 발병 원인은 ‘노화’다. 그 외에도 흡연, 자외선 노출, 고혈압, 비만, 가족력 등이 주요 위험 인자로 꼽힌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전체 환자의 약 80~90%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 밑에 노폐물(드루젠)이 쌓여 시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상태로, 시력 저하가 비교적 완만하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습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 비정상적이고 약한 신생혈관이 자라나는 상태를 말한다. 이 혈관들은 매우 약해서 쉽게 터져 출혈과 망막 부종을 일으키며 단기간에 시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초기 증상은 노안과 헷갈리기 쉽지만, 글자나 타일, 문틀과 같은 직선이 물결치듯 굽어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면 강력히 의심해야 한다. 병이 진행되면 시야 중심부에 검거나 빈 얼룩이 보이는 ‘중심 암점’이 발생해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거나 책을 읽는 데 큰 지장을 겪게 된다.

황반변성이 의심되면 시력 검사와 함께 망막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다. 망막의 전반적인 상태를 확인하는 ‘안저검사’, 망막의 단면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빛간섭단층촬영’, 비정상적인 혈관의 유무와 위치를 파악하는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을 시행한다.

치료는 질환의 진행 단계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이 포함된 영양제 복용을 통해 습성으로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주된 목표다.

반면 시력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습성 황반변성은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유리체내 주사’ 치료가 전 세계적인 표준 치료법이다.

최근 약효 지속 기간을 늘리고 치료 효과를 높인 신약들이 임상에 적극 도입돼 환자분들의 안구 내 주사 횟수 부담을 덜어주고 시력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황반변성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흡연은 황반변성의 발병 위험을 3배 가량 높이는 가장 확실한 위험 인자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하며, 야외 활동 시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해 자외선으로부터 망막의 시세포를 보호해야 한다.

루테인, 지아잔틴, 오메가-3가 풍부한 시금치, 브로콜리 등 녹황색 채소와 연어, 고등어 등 푸른 생선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고, 한 눈씩 번갈아 가며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봤을 때 선이 휘어 보이거나 끊어져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즉시 안과를 찾아야 한다. 특히 50세 이상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황반변성은 분명 두려운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해 망막 전문의와 함께 꾸준히 치료하고 관리한다면 충분히 잔여 시력을 유지하고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